라이딩 홀릭 문성화 교수, 국토 종주기 4.(마지막 글)


기사최종편집일:2024-04-30 09: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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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6년08월05일 23시15분 ]

지리산 자락에 있는 지안재. 길이는 1.5km로 짧지만 모든 라이더가.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포함되어 있다.

(계속되는 문 교수의 글)버스에서 내려서 담배 한대를 피우고 바로 미시령을 향해서 라이딩을 시작해서 울산바위 촬영 휴게소 근처에 도착하니까 안개가 드리워져 있으면서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다. 안개가 걷힐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냥 계속 올라갔다. 안개비는 점점 보슬비로 바뀌고, 안개는 더욱 짙어져 고글도 거의 5m 앞만 보일 정도가 되었다. 군데군데 공사하는 곳도 많고, 지나가는 차량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멧돼지가 나타나서 공격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 속에서 라이딩을 계속했다. 다행히 별일 없이 속초터미널을 출발한지 거의 2시간만에 미시령에 도착했다.

대한민국 4면 종주를 완성하는 날 7월18일 새벽4시30분경 미시령의 모습. 보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께 끼어서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원래 날씨가 맑았다면 미시령에서 일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출을 촬영할 생각이었지만, 비는 부슬부슬 계속 내리고, 라이트가 없으면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사진조차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용대리로 빨리 내려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용대리에는 식당도 많으니까 좀 쉴 수가 있겠지 하고 내려가는데, 앞은 잘 안 보이지, 빗길은 미끄럽지, 그래서 다운힐도 겁이 났다. 용대리에 도착하니 조금씩 하늘이 희뿌옇게 주변 사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새벽이라 문을 연 식당은 단 한 군데도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다시 한계교차로를 향해 달렸다. , 한계사거리를 지나 광치령으로 향했다. 광치터널(광치령 660m)을 앞두고 집에서 삶아간 계란 3개로 허기를 채웠다. 광치터널을 지나고 얼마 가지 않아서 소양강 꼬부랑길로 접어들었는데, 참 예쁜 길인데다가 업다운도 심하지 않아서 단체 라이딩을 하기에 안성마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중에 집에서 만들어간 샌드위치 두 조각을 먹고, 한계사거리를 지나 광치령으로 향했다. 광치터널(광치령 660m)을 앞두고 집에서 삶아간 계란 3개로 허기를 채웠다. 광치터널을 지나고 얼마 가지 않아서 소양강 꼬부랑길로 접어들었는데, 참 예쁜 길인데다가 업다운도 심하지 않아서 단체 라이딩을 하기에 안성마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양강 꼬부랑길을 달리는 도중에 터널을 또 3개 통과했다. 이 길을 벗어나면 추곡약수삼거리에서 추곡터널을 향해 가파른 업힐이 시작되는데, 높이는 정확히 모르지만 느낌상 600m는 넘을 것 같았다. 경사가 제법 세고, 길도 편도 1차선이라 우회하고 싶었지만, 우회도로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추곡터널을 통과했다.

새벽부터 별도의 식사를 한 게 없어서 체력은 고갈되기 시작했지만, 춘천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배후령(600m)을 넘어야 했다. 배후령 입구에 도착하니 배후령터널 5057m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우리나라 국도에 있는 터널 중에 가장 길이가 긴 터널일 것이다. 다행히 이 터널을 통과하는 게 아니라, 바로 오른편에 배후령으로 올라가는 옛길이 있는데, 이 길도 제법 경사가 있는 편인데다 체력도 고갈되어 있어서 도중에 몇 번은 다리도 풀겸 해서 끌바를 하기도 했다.

드디어 춘천에 도착 의암호의 소양처녀 앞에서 셀카을 하나 찍었다.

마침내 배후령 정상. 이제는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아직 춘천터미널에 도착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한민국 4면 종주를 완성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신나게 다운힐을 하고 터미널이 가까워지자 소양강 처녀 동상을 비롯해 낯익은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순전히 라이딩 때문에만 춘천에 세 번째 간 것이었으니까 당연한 것일까? 이때 비로소 나는 대한민국 4면(동해안 통일전망대~해운대, 남해안 낙동강하구둑~해남땅끝마을, 서해안 해남땅끝마을~인천터미널, 서해아라갑문~속초) 종주도 모두 완성했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동해안 700km, 남해안 1000km, 서해안 700km, 인천~속초 300km, 그리고 국토 종주와 4대강, 섬진강, 오천 자전거 길 종주 등, 모두를 더하면 거리가 얼마나 될까? 나도 정확한 거리는 모르겠다. 소위 말하는 자출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순수한 라이딩으로만 2만km가 넘을 것 같다. 이 거리를 나는 2년 동안 자전거로 달렸다.

문성화 교수 개인 저어지

이번 대한민국 4면 마지막 종주의 완성을 위해서 나는 자비로 개인 져지를 주문해서 맞춰 입었다. 현재 나는 계명대학교 교양교육대학에 교수로 재직 중인데, 내가 이렇게 라이딩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 데에는 나의 가족의 적극적인 지지가 당연히 있어야 했겠지만, 나의 직장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물론 계명대학교에서 물질적으로 나에게 라이딩을 위해서 특별히 도움을 준 것은 없다. 하지만 나는 계명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나의 라이딩 경험을 적극적으로 강의에 활용하며, 이런 기회를 부여한 곳도 계명대학교이고 연봉을 통해서 나의 가족에게 물질적인 뒷받침이 되는 것이며, 또한 무엇보다 나는 내 모교를 사랑하기에 계명대학교의 로고를 넣고 나의 이름까지 넣어서 자비로 져지를 주문한 것이었다. 나는 이 져지를 입고 종주를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했고, 그래서 져지를 받자마자 종주를 완성한 것이다.

주위에서 모두 나에게 말한다. 미쳤다고! 아니 내가 먼저 ‘나는 라이딩에 미쳤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내가 선수처럼 달리고 싶은 것은 아니다. 라이딩을 하면 힘들지 않은 게 결코 아니다. 오히려 나는 힘들기 때문에 달린다. 힘들지 않으면 무슨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라이딩 후 녹초가 되지 않으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까? 나에게 라이딩은 꿈이다. 꿈이 없는 사람은 비록 육체적 나이가 젊었어도 이미 노인과 마찬가지이다. 자전거를 타고 알프스를 넘고 북유럽을 여행하는 게 멀리 있는 나의 꿈이다. 그렇기 때문에 1961년생인 나는 아직도 여전히 젊다. 그 전에, 다음 주에는 대구~서울~의왕 400km 당일 라이딩을 계획하고 있다. 멀리 있는 꿈을 간직한 채 가까이도 계획을 세워서 계속 도전한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나를 몰아붙인다. 나는 그런 내가 좋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