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홀릭 문성화 교수, 국토 종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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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6년07월27일 20시20분 ]

서해안 종주길, 땅끝마을~무안 구간 5시간 동안 비를 맞으며 라이딩 한 결과 얻은 훈장입니다.

그런데 마침 그때 군포에 살고 있는, 카카오스토리 친구 한 분과 연락이 되었다. 그분은 섬진강 길 나머지 구간을 완성하고 섬진강댐에서 전화를 했는데, 어머님이 광주에 계셔서 나에게 들러서 가시겠다고 하셨다. 나는 완전 구세주를 만난 것이었다. 그분은 200km가 넘는 거리를 승용차로 3시간 넘게 달려서 나에게 온 것이었다. 원래 알고 지내던 분이 아니라 순전히 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 자전거를 매개로 알게 된 분이었기에 나는 더욱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 카친 전봉희씨, 자전거 타는 것 하나로 된 인연이 이처럼 아름다울 때도 있다.

그렇게 그분을 만나서 차에 자전거를 싣고 광주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다. 숙소를 정하고 그분한테서 융숭한 대접까지 받았다.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이런 친절을 베푸신 그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분의 이름은 <전봉희>, 물론 이분이 국토 종주를 하실 때 내가 강정보 근처에 마중을 나간 적은 있었다. 나는 바로 집 근처였기 때문에 어려운 게 아니었지만, 그분은 전혀 다른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희생정신을 발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느낌은 라이딩 하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이렇게 남해안 종주를 끝내고나니까 서해안 종주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라이딩의 흔적을 대형지도에 붉은 색 매직펜으로 표시하여 남기는데, 끊어진 구간이 보인 것이었다. 바로 서해안 구간과 춘천~속초 구간이었다. 먼저 5월 21일에 새만금방조제와 변산반도를 라이딩하였고, 6월4일에는 다시 대구에서 버스를 타고 광주에서 환승하여 땅끝마을에 오후1시에 도착해서 5시간 동안 비를 맞으며 목포를 거쳐 무안까지 달렸다. 다음날에는 정읍까지 달렸는데, 정읍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2시경이었다. 이로써 군산~땅끝마을까지 연결했고, 이제 남은 구간은 군산~인천이었다.

6월 17일 금요일. 나는 이미 여름방학을 시작했기 때문에 2박3일 일정으로 느긋하게 군산~인천 구간을 달릴 계획을 세웠다. 대구에서 출발하여 군산에 갈 때는 늘 그렇듯이 아침 7시 첫 버스를 탄다. 군산에 도착하면 대략 오전 10시30분 정도가 된다. 자~ 서해안 마지막 구간 출발이다. 첫날 보령과 태안을 거쳐 서산까지 165km를 달리고 숙소를 잡았다. 땅끝마을에서 태안까지의 서해안은 종주 라이딩 하기에 참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업다운도 별로 없었고 도로로 넓은 편이었으며, 차량도 많다고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뚜렷하게 각인된 것은 고흥에서부터 땅끝마을을 돌아서 서해안 종주 길에는 방조제가 정말 많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바다를 가로질러 만들어진 방조제 신기하기도 했고, 내가 바다 한 가운데를 달리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지만, 나중에는 거의 직선으로 곧게 뻗은 방조제가 참 지겹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방조제 중 제일 긴 새만금 방조제,길고 긴 길이었다.

드디어 서해안 종주 마지막 날 새벽 5시에 눈을 뜨고 6시에 라이딩을 시작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여러 방조제를 지나고 평택으로 들어서는데, 서산에서부터 시작된 열악한 도로 사정은 더욱 나빠지고 있었다. 특히 제부도와 대부도를 이어서 시화방조제 초입까지 잇는 301번 도로 사정은 최악이었다. 서산~아산 구간 일부도 그러했지만 이 구간도 갓길조차 전혀 없는 편도 1차선 도로여서 운전자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정말 많이 들었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그렇게 내 옆을 스치듯 지나간 수많은 차량들 가운데 신경질적으로 일부러 경적으로 울린 운전자가 딱 한 사람뿐이었다는 점이다. 나는 그런 도로 사정을 전혀 모르고 간 것이었지만, 정말이지 그 누구에게도 이 구간 라이딩은 절대로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낙동강 종주길 박진고개 정상에 남겨진 고통스런 글귀들. 국토종주 또는 낙동강 종주를 처음하는 사람들은 박진고개의 경사도가 13~15% 정도로 심하기 때문에 대부분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다. 그래서 저런 글귀를 많이 새겨놓았다

어쨌든 그래도 무사히 시화방조제를 지나고 인천에 들어서서 또 한 분의 카카오스토리 친구이자 bikenews 편집장이신 지석님께서 마중을 나오셨다. 이분도 순전히 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분이다. 나의 서해안 종주를 추하 해주시기 위해서 인천에 오신 김에 내가 도착할 때까지 계속 기다려주신 것이다. 나에게 시원한 맥주와 저녁을 대접해주시고는 다음을 기약했다. 이렇게 이틀 동안 350km를 달려서 서해안 종주를 완성하고 대구로 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나는 이제 최종 구간인 춘천~속초 라이딩 계획을 세웠다. 대구~춘천은 심야버스가 없어서 첫차를 타면 춘천에 오전 11시가 다 되어야 도착하지만, 속초행은 심야버스가 있어서 속초에서 춘천으로 라이딩을 하기로 했다.

7월17일 밤 10시 심야버스를 타고 속초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보니까 영서지방에는 계속 비가 내리고 있는데, 태백산맥을 넘어 영동지방에는 비가 그치고 있었다. 속초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20분. 버스가 속초시내로 들어서니 편의점 몇 군데에 <포켓몬 출몰지역>이라는 글을 붙여놓은 게 보였다. 속초로 간다니까 집에서 <포켓몬 잡으러 가느냐?>고 놀렸다. 나는 원래 라이딩에 관심이 있지 포켓몬은 있던 없던 상관없으니까.